2026년 1월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는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 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이는 검찰 구형량인 징역 15년을 8년이나 초과하는 중형이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무위원에 대해 내려진 법원의 첫 유죄 판단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진관 재판장이 낭독한 판결문 전문을 바탕으로 주요 혐의별 판단 내용과 양형 이유를 상세히 정리합니다.
사건 개요와 기소 혐의
이번 재판의 사건번호는 2025고합1219이며, 피고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다음과 같은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한 전 총리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 허위 공문서 작성, 허위 작성 공문서 행사,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공용서류 손상, 위증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후 검찰이 예비적으로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를 추가하여 공소장이 변경되었습니다.
피고인 측은 위증 혐의 중 일부만 자백하고 나머지 혐의는 모두 부인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각 혐의에 대한 판단을 상세히 밝혔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에 대한 판단
재판부는 처음 기소된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는 범죄로 성립할 수 없다 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내란죄의 법적 성격에 있습니다.
이진관 재판장은 판결문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내란죄는 필요적 공범으로서 관여자의 의사 방향이 일치하는 집합범죄이므로, 내부자들 사이에서는 각자 수행한 역할에 따라 우두머리, 지휘자, 중요 임무 종사자 등으로 처벌될 뿐 방조범에 관한 형법 총칙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즉, 피고인이 내란의 내부자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32조에 따른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없고, 대신 그 역할에 따라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 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2.3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번 판결의 핵심은 12.3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형법상 내란에 해당한다 는 사법부의 첫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국회 다수당의 쟁점 법안 단독 처리, 정권 퇴진 탄핵 집회, 예산 삭감 등을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기로 결의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후 군과 경찰을 동원하여 국회를 봉쇄하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저지하며, 중앙선관위를 장악하고,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를 계획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행위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다수인을 결합하여 위력을 행사하고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 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형법 제87조에서 정하는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선고했습니다.
한덕수 전 총리의 내란 중요 임무 종사 인정 행위
재판부는 피고인의 구체적 행위 중 다음 4가지를 내란 중요 임무 종사로 인정했습니다.
첫째, 국무회의 심의 외관 형성 행위 입니다. 피고인은 비상계엄 선포에 필요한 국무회의 의사정족수(11명)를 갖추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 소집에 관여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송미령에게 직접 전화하여 대통령실 도착을 재촉하고, 국무위원들의 도착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둘째, 국무총리로서의 자기 의무 위반(부작위) 입니다. 피고인은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모든 구성원에게 소집을 통지하고, 실질적인 심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원격 영상회의 방식으로 모든 국무위원이 참석할 수 있도록 제안하지 않았고,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에 대해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셋째, 국무위원 부서 외관 형성 시도 입니다. 비상계엄 선포의 문서주의 및 부서 요건과 관련하여 국무위원 서명 시도에 관여한 점이 인정되었습니다.
넷째, 주요 기관 봉쇄 계획 및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논의 입니다. 헌법상 언론의 자유 및 검열 금지 취지에 반하는 조치의 이행 방안을 논의한 점이 중요 임무로 평가되었습니다.
허위 공문서 작성 및 위증 혐의 판단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 에 대해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문 표지 등이 사후에 작성되었음에도 선포 당시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처럼 보이게 작성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었습니다.
반면 허위 작성 공문서 행사 혐의 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해당 문서가 정식 절차로 비치 및 편철되어 효용에 따라 사용(행사)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위반 및 공용서류 손상 혐의 는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관련 문서가 대통령 기록물 및 공용 서류에 해당하고, 이를 파쇄하는 과정에 피고인이 관여한 점이 인정되었습니다.
위증 혐의 역시 유죄입니다. 피고인은 헌법재판소에서 "문건을 받은 적 없다", "문건 전달을 보지 못했다"라고 진술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기억에 반하는 진술로 인정했습니다.
양형 이유 전문 핵심 내용
이진관 재판장은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과 불리한 사정을 모두 검토했습니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는 약 50년간 공직에 봉사하며 다수의 훈장과 포장을 받은 점, 내란 행위에 사전 모의하거나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은 점,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후 국무회의를 소집하여 약 6시간 만에 해제된 점, 만 79세 고령으로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경도 인지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점 등이 언급되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12.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에 의한 것으로서 성격상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형태의 내란은 이른바 '친위 쿠데타'라고도 불립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친위 쿠데타가 역사적으로 많은 경우 성공하여 독재로 이어졌고,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며 국가 경제와 외교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가 강조한 핵심 메시지
이진관 재판장은 판결문 낭독 중 다음과 같이 강조했습니다.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 행위 자체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되기는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무엇보다도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의 용기에 의한 것입니다."
또한 일부 정치인들의 신속한 국회 진입과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위법한 지시에 저항한 일부 군인과 경찰의 행동 덕분이지 결코 12.3 내란 가담자에 의한 것이 아니다 라고 명확히 했습니다.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번복하고 객관적 증거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 점, 최후 진술에서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다는 점도 양형에 반영되었습니다.
주문 및 향후 전망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피고인을 징역 23년에 처한다 고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다만 허위 작성 공문서 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12.3 비상계엄이 내란이라는 사법부의 첫 공식 판단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 전 총리 측은 항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다른 관련자들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판결문 원문은 한겨레 판결문 전문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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